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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게임 엔진 전쟁으로 살펴보는 게임 개발의 미래

이득우 대표(desk@inven.co.kr)

이득우 대표님은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한국 지사에서 이사로 근무하였고, '유니티4 게임 개발의 정석'을 집필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스킬트리랩 교육 센터에서 게임 개발에 관련된 교육 및 최신 기술 세미나와 함께 인디 게임 개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킬트리랩은 동아닷컴 평생교육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지식공유 플랫폼으로, 개발자들의 역량 개발 지원 및 부트 캠프를 통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결과물 마케팅에도 관여하여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 엔진 전쟁' 발발의 해 2014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해가 갈수록 변하는 게임 엔진의 발전사를 변증법의 논리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변증법은 최초 명제인 테제(These)와 이를 반박하는 명제인 안티테제(Anti-These)가 대립한 후, 이 둘을 포괄하는 새로운 명제인 신테제(Synthese)로 전개하는 논법입니다. 게임 산업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졸고를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 변증법의 요약

1998년도에 게임업계 최초로 라이선스 판매 방식의 엔진 상품을 개발한 언리얼 엔진은 변증법 최초 명제인 테제에 해당합니다. 언리얼 엔진이 주도하는 새로운 3D 그래픽 기술은, 전세계의 게이머들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였고, 이는 게임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언리얼 엔진3의 데모 '사마리탄(Samaritan)'

하지만 게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만큼 함께 엔진 가격도 치솟았습니다. 자본과 기술,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게임 개발을 포기해야 할만큼 높은 장벽이 된 겁니다. 언리얼 엔진의 그래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특정 장르의 대작 중심으로 게임 개발이 편중되는 문제도 나타나게 됐습니다.

정리하자면, 게임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언리얼 엔진은 초기에 의도하지 않았던 명제(테제)를 표방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최고의 투자는 최고의 게이밍 환경에 걸맞는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낸다'는 자본주의적 시장가치에 입각한 테제를 말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점점 심화되는 무렵에 새롭게 등장한 유니티 엔진이 새로운 명제(안티테제)를 들고 나타납니다. 유니티 엔진은 언리얼 엔진으로 인해 일반화되고 있던, 대형 스튜디오 중심의 대작 게임 개발 패러다임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바로 '누구나 쉽게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는 것. 

유니티 엔진은 스마트폰과 앱스토어 시장이 등장하자마자 재빨리 '게임 개발의 민주화(Democritization of Game Development)'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혜성같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인디 개발자들의 지지를 얻어 게임 개발의 새로운 혁명을 만들어냈습니다.

▲ 체코의 소규모 개발팀이 만든 유니티 엔진의 대표 타이틀 '섀도우 건(Shadow Gun)'. 
안드로이드에서도 동작한다.

2010년 전후로 언리얼과 유니티의 대립이 본격화되어 게임개발 분야에는 새로운 판이 그려지게 됐습니다. 

과거 언리얼 엔진이 지배하던 영역은 높은 사양의 PC와 콘솔을 주무대로 하는 대작 게임 개발 환경이었습니다. 반면 유니티 엔진은 저사양의 낮은 성능 스마트폰 기기를 주무대로, 적은 인원의 팀 혹은 인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소규모 게임 개발 환경으로 영역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제국군과 동맹군의 대립으로 칭해도 어색하지 않은 이 새로운 판은 지금까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유니티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중입니다.

▲ 은하영웅전의 설정과 유사해진 게임 엔진 시장의 현재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2014년 GDC에서 '모두의 언리얼 엔진4'가 발표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언리얼 엔진은 월 2만 원의 가격 정책과 편리한 에디터, 그리고 소스코드 공개를 전격 발표합니다.누구나 쉽게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최고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라는 진화된 명제(신테제)를 들고 나온 겁니다. 이러한 언리얼의 파격적인 선언으로 유니티는 졸지에 가장 비싼 게임 엔진이 되어버립니다.

▲ 2014년 구글 I/O에서 발표한 언리얼 엔진4 안드로이드 데모 'Rivalry'

필자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끌려 그동안 즐겨 사용하던 유니티를 잠시 내려놓고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향후 인디 개발자도 언리얼 엔진의 기술을 사용하면 중견 개발사 못지 않은 퀄리티의 게임을 PC/모바일 멀티 플랫폼으로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에서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필자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의문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언리얼 엔진이 제시하는 비전이 실제 저자본의 소규모 인디 개발자에게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 직접 체험해보았습니다. 아래 영상은 필자와 다른 한 명의 아티스트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W'의 데모 영상입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내용은 프로토타입에 불과할 뿐이지만, 두 명이서 단지 7일 정도의 시간을 소비해, 한 줄의 텍스트 프로그래밍 없이 PC와 모바일 게임 프로토타입을 동시에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실로 놀라운 생산성이라 할 만합니다.


▲ '프로젝트 W' 영상. 전반부는 PC, 후반부(39초 이후)는 안드로이드 실행화면.

최근 화면이 커진 아이폰 6가 등장하고, 최신 안드로이드 기종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가까운 미래에 화려한 3D 모바일 게임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습니다.


▲ 가까운 미래의 새로운 3D 모바일 게임 기술 Open GL ES 3.0

한편 유니티 엔진은 새로운 '유니티 5'를 통해 엔진의 그래픽 퀄리티를 강화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2D의 절대 강자 코코스 엔진도 이제 3D 그래픽 진출을 공식 선언하게 됐습니다. 유니티 5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다가오는 2015년도에 게임 엔진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재미있게 관전할 수 있는 밑밥은 뿌려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모바일 2D의 강자 코코스 엔진이 새롭게 선보인 3D 기능. 
화려한 그래픽보다 중국과 동남아 모바일 시장을 겨냥해 저사양 기기에서도 잘 동작하는 것이 특징.

이러한 게임 엔진의 변화는 '이제 인디 게임 개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예전에 대작만 수용했던 콘솔 마켓도 이제는 180도 태도를 바꿔 참신하고 신선한 인디 게임을 입점시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번에 필자가 진행한 오픈플레이데이 행사에 구글, 소니, MS, 네이버 마켓 담당자들이 적극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인디 게임에 대한 태도 변화를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인디 게임 개발 행사 '오픈플레이데이' 티저

국내 인디 게임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게임 개발에 관련된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여 더 많은 사람이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해외는 커뮤니티 포럼이 활성화된 반면, 국내는 이러한 정보 공유가 미약하다고 보여집니다.

공유의 차원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W'의 상황을 정리하였습니다.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한 인디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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